티스토리 뷰

목차


    운동화 끈을 묶기 시작했다

     

    RestartAt50를 시작한 이유

    "다시 묶은 신발끈이 제 새출발의 시작이었습니다."

    50대 중반에 다시 출발선에 서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지금처럼 제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설날과 추석을 제외하면 거의 쉬는 날도 없었습니다. 가족을 위해서, 사업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더 좋아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것이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2022년쯤부터 오프라인 매장이 잘되기 시작했습니다. 추가 입점 제안도 받았고,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매장을 두 곳 더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매장마다 판매 직원도 채용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잘못된 선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업이 조금씩 성장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23년 말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경기가 눈에 띄게 어려워졌고, 오프라인 매장 방문 고객도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판매가 되어도 정산까지 시간이 걸렸고, 재고는 먼저 구입해야 했습니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인건비와 재고 매입 비용은 그대로 나갔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현금이었습니다.

    장부상으로는 매출이 있어도 실제 통장에는 돈이 부족했습니다. 매달 들어오는 돈보다 먼저 나가는 돈이 많아졌습니다.

    온라인 쇼핑몰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위탁판매보다 직접 매입해서 판매하는 방식을 많이 선택했습니다. 주문 확인부터 상품 등록, 송장 입력, 포장, 발송, 광고까지 거의 혼자 했습니다.

    주문이 늘어나면서 직원도 채용했습니다.

    하지만 잘 팔리는 상품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조금 판매가 되기 시작하면 비슷한 제품이 계속 시장에 나왔고 가격 경쟁도 심해졌습니다. 매출은 유지되는데 수익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결국 구조조정을 시작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직원도 줄이고, 운영비도 줄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숨통은 쉽게 트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늘어난 금융비용 때문이었습니다.

    시간을 벌어보려고 카드론도 이용했고 여러 방법으로 버텨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버티는 것이 아니라 금융비용만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처음 인정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되겠구나.'

    사업하는 방식도 바꿔야 하고, 돈 쓰는 방식도 바꿔야 하고, 생활도 바꿔야 했습니다.

    그 생각을 하면서 개인회생 상담을 예약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사업을 어떻게 해왔는지,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당연히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하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마치고 들은 이야기는 예상과 조금 달랐습니다.

    "대표님은 아직 사업을 계속하고 계시잖아요."

    "원금을 갚겠다는 의지도 강하시고요."

    "법원 절차보다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이 더 맞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 의외였습니다.

    사실 변호사 사무실이면 개인회생을 권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제 상황을 보고 다른 방법을 먼저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사무실을 나오면서 바로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을 예약했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상담예약 카톡메세지

     

    신용회복위원회를 나서며

    상담 당일, 대기실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처럼 조용히 기다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50대 중반까지 살면서 이런 상담을 받을 날이 올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조금은 창피하기도 했고, 마음도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상담 직원분들도 제가 생각했던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무언가를 따지는 느낌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를 같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그날 상담을 받고 나오면서 마음이 갑자기 편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현실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차에 올라타서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50대 중반까지 오면서 나는 도대체 뭘 해놓은 걸까."


    한동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생각 뒤에 또 다른 생각이 하나 따라왔습니다.

     

    "김대표, 이제는 무조건 새출발해야 한다."

     

    그날 이후부터 머릿속에서 계속 같은 생각만 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업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하고, 돈을 쓰는 방식도 바뀌어야 하고, 생활도 바뀌어야 했습니다.

    나중에 블로그를 만들면서 RestartAt50이라는 이름을 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RestartAt50는 블로그를 만든 날 시작된 것이 아니라, 신용회복위원회를 나오던 그날 이미 제 마음속에서 시작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시작한 첫걸음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을 받고 다음 날 아침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왔습니다.

    운동화 끈을 묶는데 이상하게 전날과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달리기를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오래 일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습니다.

    달리기를 하면 적어도 한 시간 정도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호흡에 집중하고, 발소리를 듣고, 심박수를 보면서 뛰다 보면 머릿속이 조금씩 정리됐습니다.

    지금도 러닝 전문가는 아닙니다.

    심박수 하나 맞추는 것도 어렵고, 아직 하프마라톤과 풀코스 마라톤도 도전하는 과정입니다.

    그래도 달리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업을 오래 하기 위해서입니다.

    몸이 버텨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버텨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러닝 기록을 잘 남기려고 달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졌는지 확인하려고 기록을 남깁니다.

    심박수도 기록하고, 거리도 기록하고, 그날의 생각도 같이 적어보려고 합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이런 기록들이 조금씩 쌓이겠지요.

    앞으로 이 블로그에는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과정도 기록하려고 합니다.

    기존 사업을 어떻게 유지해 나가는지도 적어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부업도 하나씩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하프마라톤과 풀코스 마라톤도 목표로 잡았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누군가에게 방법을 알려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저도 지금 진행 중입니다.

    채무조정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사업도 다시 회복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는 성공담을 쓰는 곳은 아닙니다.

    잘되는 이야기만 적을 생각도 없습니다.

    안 되는 날도 있을 것이고, 계획이 틀어지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도 그냥 있는 그대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나이, 비슷한 상황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 경험이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직접 겪는 일이니 하나씩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1년이 걸릴 수도 있고, 10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기록은 계속해 보려고 합니다. 잘되는 날도 있을 것이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때그때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적어보겠습니다.